집에 가버린 클린스만 '황당 행보'…축구협회 후속 대응마저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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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버린 클린스만 '황당 행보'…축구협회 후속 대응마저 '총체적 난국' 한국 돌아온 클린스만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2.8 [email protected]/2024-02-08 21:56:43/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클린스만 감독 입에 쏠린 관심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8 [email protected]/2024-02-08 22:20:05/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또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실패 이후 입국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도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런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전력강화위원회 등 후속 일정은 물론, 클린스만 감독의 회의 참석 여부조차 ‘미정’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한국축구의 씁쓸한 현주소다.

12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이틀 전 미국으로 출국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8일 아시안컵 우승 실패 후 입국 인터뷰 당시만 해도 “다음 주에 출국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계획보다 일정을 더 앞당겨 설 연휴 기간 슬그머니 출국길에 올랐다. 그는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 유럽으로 이동해 또다시 유럽파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임 내내 비판을 받았던 재택·외유 논란이 아시안컵이 실패로 끝난 직후부터 또다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오는 14일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이튿날 울산 HD와 반포레 고후(일본) 등 K리그 팀들의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은 안중에도 없다. 부임 내내 K리그를 등한시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일었고, 실제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유럽파 의존도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아시안컵 실패에 대한 사과나 반성, 책임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최대한 빨리 출국해 휴식을 취하다 유럽파를 점검하겠다는 계획만 세웠다.

심지어 클린스만 감독이 언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 일정은 미정”이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앞서 귀국 당시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경기를 볼 예정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언급한 걸 돌아보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유럽을 거쳐 3월 A매치 기간에 맞춰 귀국하는 일정이 유력하다.

자진 사임 가능성엔 스스로 선을 그은 상태다. “아시안컵 결과가 좋지 못하면, 나를 경질해도 좋다”던 그의 자신감은 이제는 뻔뻔함으로 바뀐 모양새다. 64년 만의 우승을 외치며 카타르로 향했고, 국내 취재진까지 결승까지 숙소를 연장하라며 큰소리를 치던 그는 역대 최고 전력을 이끌고도 우승에 실패하자 “아시안컵 4강은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다음 달 예정된 월드컵 예선을 언급하면서 물러날 계획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라는 결과는 물론 대회 내내 경기력마저 좋지 않았던 데다, 이와 관련해 사과나 반성 한마디조차 없는 상황. 심지어 부임 후 내내 비판을 받았던 업무방식조차 바꿀 생각이 없는 사령탑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국민청원은 물론 뜬금없이 정치권까지 가세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를 나오기 시작한 건, 그만큼 국민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의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튀니지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경기에 앞서 벤치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email protected] /2023.10.13/
자연스레 시선은 축구협회로 향하지만, 축구협회의 후속 대응마저 팬들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하고 있다. 아시안컵이 끝났으니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대회를 결산할 예정이다. 다만 이 자리에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참석 여부조차’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전력강화위원회에 감독의 참석이 필수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적어도 여론이 악화된 데다 결과적으로도 실패한 대회라면 감독을 어떻게든 참석시켜 의견을 듣는 게 당연한 수순.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그런 클린스만 감독을 축구협회 내부에서 누구도 막지 못했으니 최악의 경우 ‘감독 없는 결산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의 행보를 돌아보면 그럴 가능성도 꽤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그 전력강화위원회가 언제 열릴지조차 정해진 게 없다는 점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시안컵 대회 결산의 의미가 담긴 전력강화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클린스만 감독은 회의에 참석하는지, 참석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지 결정된 건 아직 없다”고 전했다.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등 전력강화위원들의 일정까지 모두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칫 화상으로 아시안컵 결산 회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아시안컵을 돌아보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개최되더라도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는 곧바로 결정되진 않을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부터 이미 '전력강화위원회 패싱' 논란이 일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또는 재신임 여부는 결국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 귀국 당시 동행하지 않고 카타르 현지에 남아 아시안컵 결승까지 관전한 뒤 뒤늦게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어떤 결말이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가 결정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심지어 대회 기간 내내 아주 사소한 내용까지 올라오던 KFA의 소셜 미디어(SNS)는 지난 7일 요르단과의 4강전 결과 게시물이 마지막이다. 팬들이 바라던 우승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심지어 대회 기간 내내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입장조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SNS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이 저마다 개인 SNS를 통해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시안컵 내내 실망감만 안겼던 클린스만 감독과 KFA의 행보는 아시안컵 실패 뒤에도 달라진 게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의 분노만 극에 달하고 있다.

김명석 기자
집에 가버린 클린스만 '황당 행보'…축구협회 후속 대응마저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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