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화끈하게 투자했는데 충격의 21연패 신기록…페퍼저축은행 또 무기력하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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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퍼저축은행이 21연패로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의 불명예를 안았다. ⓒKOVO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결국 또 졌다. 페퍼저축은행이 끝내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경기에서 0-3(14-25, 12-25, 19-25)으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패하면서 21연패를 당한 페퍼저축은행은 역대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이 2012-2013시즌에 기록했던 20연패를 제친 것이다. 지난 해 11월 15일 도로공사에 1-3으로 패한 것이 21연패의 시작이었다. 남자부는 KEPCO45(현 한국전력)가 2007-2008시즌과 2008-2009시즌에 걸쳐 기록한 27연패가 최다 기록이며 KEPCO(현 한국전력)가 2012-2013시즌 25연패를 당한 것은 역대 남자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다.
페퍼저축은행의 올 시즌 전적은 2승 26패(승점 8)로 처참한 수준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따내며 13승 14패(승점 39)를 기록, 4위 정관장(13승 14패 승점 41)을 승점 2점차로 따라 붙었다.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 시작부터 졸전을 거듭했다. 박정아의 퀵오픈이 통하면서 6-7로 쫓아간 페퍼저축은행은 아베크롬비의 백어택을 막지 못한데 이어 황민경의 3연속 득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6-11로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박정아가 2연속 득점을 챙기면서 8-11로 따라간 페퍼저축은행은 아베크롬비의 2연속 득점에 황민경의 서브 득점까지 터진 IBK기업은행에 8-14 리드를 허용하며 추격의 동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에 표승주~아베크롬비~표승주로 이어지는 IBK기업은행의 득점 공세에 10-18 리드를 헌납한 페퍼저축은행은 이한비가 때린 공이 최정민의 블로킹에 막히고 표승주의 서브 득점도 막지 못하면서 11-21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 막판 박정아의 퀵오픈이 터졌지만 전광판은 페페저축은행의 14-24 열세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어 황민경의 퀵오픈이 터지며 1세트는 반전 없이 마무리됐다.
2세트는 더 가관이었다. 세트 초반만 해도 박정아, 야스민, 필립스가 분전하면서 6-6 동점을 이루며 접전을 펼쳤지만 그게 다였다. 곧이어 아베크롬비와 표승주가 번갈아가면서 폭격을 하니 페퍼저축은행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6-11 열세에도 박사랑이 득점을 올리고 아베크롬비가 때린 공이 네트에 걸리면서 8-11로 따라갔지만 최정민의 속공을 막지 못한데 이어 야스민의 블로킹 네트터치 범실, 최정민의 블로킹 득점까지 나오면서 9-17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 페퍼저축은행 야스민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KOVO
▲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실점을 하자 아쉬워 하고 있다. ⓒKOVO
▲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KOVO
아베크롬비가 2연속 백어택을 터뜨리면서 11-20으로 점수차는 더 벌어졌고 페퍼저축은행은 필립스가 겨우 득점을 올리면서 12-20으로 따라갔지만 이후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하고 2세트를 마무리해야 했다. IBK기업은행은 황민경의 퀵오픈, 김희진의 속공, 김희진의 블로킹, 육서영의 득점으로 연달아 이어지며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은 결국 야스민의 백어택 포히트 범실이 나와 12-25라는 커다란 점수차로 2세트가 끝나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세트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필립스의 속공이 최정민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3-8로 어려운 출발을 한 페퍼저축은행은 박경현의 퀵오픈에 이고은의 서브 득점을 더해 8-10으로 쫓아가고 필립스의 이동 공격에 이고은이 득점 대열에 가세한데 이어 박경현도 득점을 보태 15-15 동점을 이루며 분전했다. 이어 폰푼이 블로킹 후위공격자 반칙을 범하면서 17-17 동점을 이룬 페퍼저축은행은 아베크롬비의 한방에 당하며 18-20 리드를 허용했지만 임혜림의 서브가 아웃되면서 19-20 1점차로 사정권에 진입,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아베크롬비에 두번 연속 당하면서 19-22로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고 박정아의 퀵오픈과 필립스의 속공마저 빗나가면서 19-24로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결국 표승주에 퀵오픈 득점을 허용하며 경기는 종료됐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날 경기 들어 가장 분전한 세트였지만 그럼에도 20점 조차 채우지 못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가 팀내에서 가장 많은 9득점을 챙겼지만 공격 성공률은 25%에 불과했고 야스민도 6득점과 공격 성공률 20%에 그치며 팀의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 필립스는 8득점에 공격 성공률 44.44%, 박경현은 7득점에 공격 성공률 54.55%, 하혜진은 블로킹 2개 포함 3득점으로 분전했으나 경기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IBK기업은행에서는 아베크롬비가 20득점에 공격 성공률 54.29%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고 황민경이 11득점, 표승주가 10득점, 최정민이 9득점으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미들블로커로 나선 김희진은 4득점을 보탰다. 임혜림은 3득점, 폰푼은 2득점, 육서영은 1득점을 각각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사령탑 조 트린지 감독을 새로 선임하고 FA 시장에서 최대어이자 국가대표 공격수로 명성을 떨친 박정아를 영입하는 한편 채선아까지 데려와 외부 FA만 2명을 수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내부 FA인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과 주축 공격수 이한비까지 붙잡았다.
그야말로 화끈한 돈잔치를 벌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우승청부사'라는 타이틀이 손색 없는 박정아와 계약 기간 3년, 연간 총 보수액 7억 7500만원으로 총액 23억 2500만원을 투자하면서 '배구여제' 김연경과 동등한 대우를 안겼다. 채선아에게도 3년 총액 3억원을 안긴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과 3년 총액 10억원, 이한비와 3년 총액 10억 6000만원에 계약하면서 FA 계약으로만 46억 8500만원을 쏟아 부으며 아낌 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승리 후 기념촬영에 나섰다. ⓒKOVO
▲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KOVO
기대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트라이아웃을 통해 검증된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를 받은 야스민까지 데려온 것. 야스민은 현대건설 시절 리그 최고 수준의 외국인선수로 활약했으나 허리 부상으로 중도 하차를 해야 했던 선수. 부상만 없다면 박정아와 역대급 쌍포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트린지 감독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감독직을 새로 맡았던 아헨 킴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박정아의 FA 보상선수로 주전 세터이자 FA로 영입했던 이고은을 빼앗기는 등 삐걱거리는 장면도 있었다. 결국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을 다시 데려왔지만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해 10월 1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개막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했지만 10월 19일 안방인 페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도로공사전을 3-2 승리로 장식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 돌풍을 예고했다. 이후 4연패 수렁에 빠지며 1라운드를 1승 5패로 마감한 페퍼저축은행은 2라운드 시작과 함께 11월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를 3-2로 승리,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으나 이것은 지금까지 페퍼저축은행의 마지막 승리로 남아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11월 15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전을 1-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19일 IBK기업은행에 1-3 패배, 11월 23일 현대건설에 0-3 패배, 11월 28일 정관장에 1-3 패배, 12월 1일 흥국생명에 2-3 패배, 12월 5일 흥국생명에 0-3 패배, 12월 8일 정관장에 1-3 패배, 12월 12일 현대건설에 0-3 패배, 12월 15일 GS칼텍스에 0-3 패배, 12월 19일 IBK기업은행에 0-3 패배, 12월 22일 도로공사에 2-3 패배, 12월 30일 IBK기업은행에 0-3 패배를 당하며 우울하게 2023년을 마감했다.
새해가 밝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1월 2일 GS칼텍스에 0-3으로 완패한 페퍼저축은행은 1월 7일 흥국생명에 1-3 패배, 1월 11일 정관장에 1-3 패배, 1월 16일 도로공사에 0-3 패배, 1월 19일 현대건설에 1-3 패배를 당하면서 끝내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전반기를 마쳐야 했다.
후반기가 개막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1월 31일 현대건설에 1-3으로 무릎을 꿇은 페퍼저축은행은 2월 3일 도로공사에 1-3으로 패한데 이어 2월 6일 GS칼텍스에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2-3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20연패라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페퍼저축은행의 연패 시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에는 2021년 11월 13일 현대건설전 0-3 패배부터 2022년 1월 14일 현대건설전 0-3 패배까지 17연패를 당하면서 신생팀의 한계를 보였다. 17연패의 고난은 2022-2023시즌에도 찾아왔다. 이번엔 개막 17연패라는 굴욕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 10월 25일 흥국생명전에서 0-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 28일 IBK기업은행에 1-3으로 패하면서 개막 17연패로 고개를 숙였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에게 반전은 있을까. 이제 페퍼저축은행에게 남은 것은 8경기가 전부다. 당장 오는 16일에는 페퍼스타디움에서 정관장을 만난다. 현재 여자부의 순위 싸움이 치열한 만큼 페퍼저축은행에 아량을 베풀 팀은 없어 보인다. 4위인 정관장도 봄 배구행 티켓에 사활을 거는 팀이다.
한편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남자부 경기에서는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KB손해보험 스타즈에 3-2 신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3세트를 19-25로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4세트를 접전 끝에 25-23으로 잡고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고 5세트를 15-11로 승리, 3-2 역전승을 해낼 수 있었다.
요스바니가 40득점을 폭격하고 김정호가 10득점, 김우진이 10득점을 보탠 삼성화재의 승리였다. KB손해보험도 비예나가 32득점, 황경민이 17득점, 홍상혁이 10득점, 우상조가 10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끝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6승 12패(승점 42)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한국전력(14승 13패 승점 41)을 제치고 4위로 도약했다. 5연패 수렁에 빠진 KB손해보험은 4승 23패(승점 18)를 남겼다. 올 시즌 최하위가 확정적이다.
▲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OVO
▲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왼쪽)과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KOVO
FA 화끈하게 투자했는데 충격의 21연패 신기록…페퍼저축은행 또 무기력하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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