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술' 클린스만, 또다시 보여주기식 포메이션 변화…스리백만큼 무용했던 '3미들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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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전히 전술은 없고 전형만 있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변화였다.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 한국이 요르단에 0-2로 패배하며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대표팀 여정이 허무하게 끝났다. 한국은 전반부터 요르단 공격에 맥을 추리지 못하며 무의미한 점유율만 챙겼다. 축구에서 점유율과 주도권은 동일한 단어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기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공을 오래 소유한 한국이 아닌 효율적인 역습을 전개한 요르단처럼 보였다.
유효슈팅 지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요르단은 경기 내내 유효슈팅만 7차례 시도했다. 전체 슈팅 17개에서 제법 많은 유효슈팅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 70%를 기록하고도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고, 전체 슈팅도 8회에 불과했다.
박용우(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에 자주 사용하던 4-4-2 전형에서 공격수를 줄이고 미드필더를 추가해 4-3-3 전형을 만들었다. 수비 핵심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추가해 중앙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중원도 두텁게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소득도 없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4-1-4-1에 가깝게 내려앉아 수비 전형을 구축했으나 요르단 공격을 제대로 막아세우지 못했다. 사실상 이재성이 조금 더 낮은 위치에 있었을 뿐 황인범과 박용우가 따로 노는 모습은 4-4-2에서 보였던 아쉬운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시작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술적 무능을 스스로 증명한 것에 다름없다. 이날 한국은 시작부터 내려앉아 두 줄 수비 전형을 갖추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김영권(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렇다고 수비에서 좋은 조직력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특히 4-3-3에서 가장 중요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박용우는 제대로 된 전술 지시를 받지 못한 듯 우왕좌왕했고, 결정적인 실수까지 더해져 패배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단순히 박용우를 비난하거나 없었던 김민재를 부르짖기에는 무사 알타마리에 대한 협력 수비나 야잔 알나이마트를 막아세우는 대인마크 등 요르단 공격에 대비한 수비 전술 자체가 엉망이었다.
공격도 무뎠다. 이날 가장 유의미했던 역습은 전반 32분 이재성이 헤더로 골대를 맞춘 장면이었다. 황인범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돼 이강인, 손흥민, 황인범, 이재성이 좋은 움직임으로 훌륭한 역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4명에 황희찬을 더한 5명만 10초가량 이어진 공격 시퀀스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요르단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총 9명까지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혹여나 이재성의 헤더가 빗나가거나 요르단 수비가 먼저 걷어낼 것을 대비해 미리 전진해 세컨볼을 노리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해당 역습이 세밀한 전술 훈련의 결과가 아닌 선수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한 것에 가까웠음을 방증한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포지션과 전형을 경기장 내 위치로만 판단하는 구시대적 전술관에 갇혀있음을 드러낸다. 축구가 발전할수록 전형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각 선수에게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가까워졌다. 일각에서 포메이션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도 상황마다 선수들 위치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 축구에서 이러한 위치 변화가 일어날 때는 오직 측면에서 부분전술을 이행할 때뿐이다. 그나마도 황희찬이나 설영우, 이재성처럼 하프스페이스 침투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이 움직일 때에야 기능하는 이른바 '선수빨'에 가깝다. 이는 측면 공격의 궁극적인 목적에 다름없는 크로스나 컷백을 할 때 페널티박스 안팎에 있는 동료들이 정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 스리백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던 사안이다. 당시 한국은 3-4-3 전형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윙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지도 않았고, 포메이션 특장점 중 하나인 자연스러운 삼각대형을 활용한 공격 전개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중앙수비만 한 명 늘려놓은 초보적인 변화였고, 전술을 바꿨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수준이었다.
이날 단조로웠던 공격 패턴은 클린스만 감독이 얼마나 안일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는지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 대신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워놓고도 전방으로 롱패스를 집어넣는 공격만 반복했다. 그렇다면 뒷공간을 주로 공략하는 축구가 돼야 하는데, 사우디는 이번 대회에서 내려앉기를 즐기는 팀이었다. 게다가 후방에서 곧장 최전방으로 공을 연결할 경우 2선에서 공을 운반하고 공급하는 데 능한 이강인마저 완전히 죽어버린다.
사우디전 전술 변화의 결말은 이번 요르단전과 똑같았다. 사우디전과 요르단전 모두 클린스만 감독은 빠른 선수 교체를 통해 4-4-2로 회귀했다. 선수들은 그나마 익숙한 전형으로 돌아오자 자신들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4-4-2에서 4-3-3으로 변화하면서 세세한 역할 지정 없이 선수들이 경기 시작할 때 서는 위치만 바꿨던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분석을 통해 대표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르단전에 나온 전술적 패착은 사우디전에서 보여줬던 것과 똑같았다. 단순한 전형 변화로 아름다운 전술을 불러오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대회건 우승을 노리는 강팀들은 대회 중에도 끝없이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전술을 쇄신하며 발전해나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우디전과 같은 실책을 반복한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은 공수표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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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대표팀 여정이 허무하게 끝났다. 한국은 전반부터 요르단 공격에 맥을 추리지 못하며 무의미한 점유율만 챙겼다. 축구에서 점유율과 주도권은 동일한 단어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기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공을 오래 소유한 한국이 아닌 효율적인 역습을 전개한 요르단처럼 보였다.
유효슈팅 지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요르단은 경기 내내 유효슈팅만 7차례 시도했다. 전체 슈팅 17개에서 제법 많은 유효슈팅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 70%를 기록하고도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고, 전체 슈팅도 8회에 불과했다.
박용우(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에 자주 사용하던 4-4-2 전형에서 공격수를 줄이고 미드필더를 추가해 4-3-3 전형을 만들었다. 수비 핵심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추가해 중앙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중원도 두텁게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소득도 없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4-1-4-1에 가깝게 내려앉아 수비 전형을 구축했으나 요르단 공격을 제대로 막아세우지 못했다. 사실상 이재성이 조금 더 낮은 위치에 있었을 뿐 황인범과 박용우가 따로 노는 모습은 4-4-2에서 보였던 아쉬운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시작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술적 무능을 스스로 증명한 것에 다름없다. 이날 한국은 시작부터 내려앉아 두 줄 수비 전형을 갖추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김영권(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렇다고 수비에서 좋은 조직력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특히 4-3-3에서 가장 중요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박용우는 제대로 된 전술 지시를 받지 못한 듯 우왕좌왕했고, 결정적인 실수까지 더해져 패배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단순히 박용우를 비난하거나 없었던 김민재를 부르짖기에는 무사 알타마리에 대한 협력 수비나 야잔 알나이마트를 막아세우는 대인마크 등 요르단 공격에 대비한 수비 전술 자체가 엉망이었다.
공격도 무뎠다. 이날 가장 유의미했던 역습은 전반 32분 이재성이 헤더로 골대를 맞춘 장면이었다. 황인범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돼 이강인, 손흥민, 황인범, 이재성이 좋은 움직임으로 훌륭한 역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4명에 황희찬을 더한 5명만 10초가량 이어진 공격 시퀀스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요르단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총 9명까지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혹여나 이재성의 헤더가 빗나가거나 요르단 수비가 먼저 걷어낼 것을 대비해 미리 전진해 세컨볼을 노리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해당 역습이 세밀한 전술 훈련의 결과가 아닌 선수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한 것에 가까웠음을 방증한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포지션과 전형을 경기장 내 위치로만 판단하는 구시대적 전술관에 갇혀있음을 드러낸다. 축구가 발전할수록 전형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각 선수에게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가까워졌다. 일각에서 포메이션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도 상황마다 선수들 위치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 축구에서 이러한 위치 변화가 일어날 때는 오직 측면에서 부분전술을 이행할 때뿐이다. 그나마도 황희찬이나 설영우, 이재성처럼 하프스페이스 침투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이 움직일 때에야 기능하는 이른바 '선수빨'에 가깝다. 이는 측면 공격의 궁극적인 목적에 다름없는 크로스나 컷백을 할 때 페널티박스 안팎에 있는 동료들이 정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 스리백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던 사안이다. 당시 한국은 3-4-3 전형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윙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지도 않았고, 포메이션 특장점 중 하나인 자연스러운 삼각대형을 활용한 공격 전개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중앙수비만 한 명 늘려놓은 초보적인 변화였고, 전술을 바꿨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수준이었다.
이날 단조로웠던 공격 패턴은 클린스만 감독이 얼마나 안일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는지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 대신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워놓고도 전방으로 롱패스를 집어넣는 공격만 반복했다. 그렇다면 뒷공간을 주로 공략하는 축구가 돼야 하는데, 사우디는 이번 대회에서 내려앉기를 즐기는 팀이었다. 게다가 후방에서 곧장 최전방으로 공을 연결할 경우 2선에서 공을 운반하고 공급하는 데 능한 이강인마저 완전히 죽어버린다.
사우디전 전술 변화의 결말은 이번 요르단전과 똑같았다. 사우디전과 요르단전 모두 클린스만 감독은 빠른 선수 교체를 통해 4-4-2로 회귀했다. 선수들은 그나마 익숙한 전형으로 돌아오자 자신들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4-4-2에서 4-3-3으로 변화하면서 세세한 역할 지정 없이 선수들이 경기 시작할 때 서는 위치만 바꿨던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분석을 통해 대표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르단전에 나온 전술적 패착은 사우디전에서 보여줬던 것과 똑같았다. 단순한 전형 변화로 아름다운 전술을 불러오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대회건 우승을 노리는 강팀들은 대회 중에도 끝없이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전술을 쇄신하며 발전해나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우디전과 같은 실책을 반복한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은 공수표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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