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차별도, 논란도 없었다…'여자 복서' 칼리프 준결승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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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대규모 응원단, 롤랑가로스 채워…취재진도 뜨거운 취재 열기
[촬영 이대호]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칼리프는 언제 들어오나요."
"그녀(She)가 곧 들어옵니다. 질문 시간은 제한하고, 아랍어밖에 못 하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성별 논란'에 휘말렸던 알제리 출신 여자 복서 이마네 칼리프(26)의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 준결승 경기가 열린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칼리프를 향한 뜨거운 취재 열기[촬영 이대호]
알제리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방송 기자는 믹스트존 현장에서 생중계를 시작했고, 연합뉴스 기자를 비롯한 대다수 취재진은 '영어 소감 한마디'라도 들으려고 까치발을 들었다.
믹스트존에 들어온 칼리프는 약 3분 동안 소감을 밝혔다. 아랍어를 영어로 통역할 사람이 없어서 아쉽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결승에 진출했다는 자부심은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 성별 논란에 휘말려 고통받았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칼리프[AP=연합뉴스]
심판 매수와 편파 판정, 재정 비리 등 숱한 문제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퇴출 처분을 받은 국제복싱협회(IBA)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칼리프와 린위팅(대만)을 실격 처분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IBA는 두 선수의 염색체가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를 내세웠다.
두 선수가 파리 올림픽 여성 복싱 경기에 출전하자 세계 각국 정치인들이 비판하면서 일은 더 커졌다.
AP 통신 등 서구의 언론은 IBA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사이버 테러'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주먹을 주고 받다가 클린치로 끌어안은 칼리프(오른쪽)와 수완나펭[AP=연합뉴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든 국제 대회에서 배제됐고, IBA의 자금줄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이다.
이들과 상대한 선수 가운데 일부는 손가락으로 엑스(X)자를 긋는 등 승복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일을 키웠다.
그러나 이날 준결승전이 열린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는 적어도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칼리프와 상대한 잔자엠 수완나펭(태국)은 경기 중 미소를 보였고, 판정 끝에 0-5로 완패한 뒤에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등 존중을 잃지 않았다.
관중석에서도 증오와 편견의 야유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화끈한 경기를 펼친 칼리프와 수완나펭을 응원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칼리프는 판정 끝에 은메달을 확보한 뒤 사각 링에서 격렬한 춤사위를 펼쳐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드러냈다.
칼리프가 승리한 뒤 기뻐하는 알제리 관중[촬영 이대호]
이날 경기가 열린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국기는 칼리프의 모국 알제리의 것이었다.
경기 전부터 알제리 국기를 몸에 두른 관중은 삼삼오오 경기장으로 향했고, 칼리프가 판정승해 결승에 진출하자 광복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환호했다.
정정당당하게 겨뤄 5-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칼리프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5시 51분에 열리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차별도, 논란도 없었다…'여자 복서' 칼리프 준결승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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